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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쓰고 사는 것에 지쳤어요. 에 대한 상세정보
가면을 쓰고 사는 것에 지쳤어요.
작성자 학생상담센터 등록일 2020.05.27
" 자존감이 너무 낮은것 같아요 "

K는 면담 중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 어떤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르게 행동하는데, 이게 너무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걸 저는 계속 의식하고 있거든요. 집에서의 모습과 친구들한테 보이는 모습, 직장에서의 모습이 다 달라요 "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어요. 너무 기진맥진해서.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 동안 냉기를 쐬며 

서 있을때도 있어요. 제가 쓰고 있는 가면을 얼굴에서 떼어낸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다 보니 저 자신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조각조각

나는 것 같아요.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그냥 조용한 지옥에 있는 것 같아요. "

K의 말은 마디마디가 견고했으며, 그만큼 생각도 완고했다. 그는 집에 있을 때는 한없이 우울하고 외롭다가도 밖에 나가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러나 귀가해서 엄마나 동생 등 가족과 함께 있게 되면 '미친 사람 처럼' 짜증을 내고 상처가 될 만한 말을 내뱉어, 가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의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뿐인 한 부모 가장에서 자라며 집안일을 다 도맡아 해내야 했다.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함은 없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자신과 동생을 챙기고 학업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한번도 엄마의 칭찬을 들은 적도, 인정을 받은 기억도 없었다. 

" 자존감이 한번도 높아질 수가 없었어요 "

다만 엄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뭐든 열심히 하다 보니 성취 수준이나 대인관계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잘 위장하고

있던 탓에 K의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무저의 갱으로 떨어지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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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self-esteem)이 낮아지는 요인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고, 이것은 우리 뇌에 오래도록 상흔을 남깁니다. 많은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이유를 추적해 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이유들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빈번히 언급되는 것으로는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하 주 양육자) 의 방임과 무관심, 그리고 학대가 있습니다. 

때로는 병리적인 수준으로 심리적 침투를 해, 자녀를 제 뜻대로 조종하려는 주 양육자도 있지요. 가족 내 역동뿐 아니라 개인의 저조한 대인관계적 성취나 직업적 성취 수준 역시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위치에 있는 생각, 그리고 가정불화와 집단따돌림의 경험도 자존감을 낮추는 원인이 됩니다.

약자에게 가학적인 미디어 프로그램과 사회 분위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그리고 이와 관련한 외상적 경험들 역시 개인의 전 생애의 단계마다 자존감을 훼손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위에 열거한 부정적인 사건들 중 어느 하나라도 타격을 입게 되면 뇌의 기능과 구조에 그 영향이 미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낮아진 자존감, 낮아진 성취욕구로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 강박장애, 불안장애를 보이고, 자살 사고와 자살 시도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절대적 수준의 낮은 자존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지각하는' 본인의 자존감, 자기가치감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향성은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자기평가에 기반합니다. 우리는 그저 '그럭저럭 대충'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면 됩니다.

저는 강의시간에, 높은 자존감이란 '착한 지도교수' 나 '부모의 손이 필요 없는 이' 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허상입니다.

물론 자존감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 역시 매일매일 위아래로 끊임없이 요동치는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떤날은

스스로가 괜찮아 보이고, 어떤 날은 기분이 바닥끝까지 가라앉는 경험을 하면서도 그저 버티며, 꾸준히 살아갈 뿐입니다.

시중에 범람하는 자기계발 도서들이 지어낸 자존감의 허상에 매몰되기 시작하면 우리의 자존감은 도대체가 그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높은 자존감이라는 프레임은

허상에 불과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신기루가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아 왔습니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누군가의 칭찬을 받으면 이를 보상적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자기개념으로 연결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칭찬을 받거나 좋은 평가를 받았을때, 반사적으로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좋지 않은 습관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물론 갑자기 칭찬을 받으면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고,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해온 탓에 뜻밖의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 무슨 의도라도 있는건 아닌지

의심이 들수도 있습니다.  겸손의 미덕을 보이려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당신을 칭찬하면 이런저런 생각들에 머물러 불필요한 미로를 구축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즐거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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